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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투표참여로 주인행세 올바로

NEW 투표참여로 주인행세 올바로

  • 박성숙
  • 2008-07-16
  • 49119

원래 선거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선거판은 조용한 교실에서 시험을 보아 가장 성적이 우수한 사람을 대표로 뽑는 고사장이 아니다. 선거에 입후보한 모든 후보들과 정당들은 자기들만이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갈 묘책을 가지고 있다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아우성을 대는 난장판인데 시끄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번 415총선은 개정 선거법이 합동연설회 등을 금지하여 과거에 비해 겉으로는 조용한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어느 선거보다 더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감성보다 이성적 판단 더 중요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에 비해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어 더욱 시끄럽고 유권자들 역시 혼란스럽다. 선거 초반만 해도 탄핵정국으로 인해 선거 쟁점이 단일화되면서 부동층이 극히 적었는데, 오히려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탄풍(彈風), 노풍(老風), 박풍(朴風), 추풍(秋風)이 불더니, 때 아닌 삭풍(削風), 단풍(斷風)까지 불어 닥치면서 혼전 양상이 나타나자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35% 정도의 부동층이 아직도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들의 투표 향배가 내일의 선거 결과를 결정할 것 같다.
 
  부동층이 늘어난 이유는 다양하다. 엄격한 선거법으로 후보자들과의 접촉 기회가 적어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선택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또는, 주요 정당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다고 군소정당에 표를 던져 사표를 만들기도 싫어 머뭇거리는 유권자도 있다. 한국 정치는 희망이 없다고 기권을 결심한 유권자도 상당수 있으니, 부동층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거는 출발부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국회의원이란 지역을 대표할 인물을 뽑는 총선거인데 대통령 선거와 같이 변질되는 바람에 지역 후보자는 뒷전으로 밀려 찾아보기도 힘들다. 또한, 정책정당화를 통한 정당정치를 지향하기 위해 1인2표제를 채택했지만 각 정당의 정책은 보이지 않고 눈물과 바람에 호소하는 감성정치, 이미지 정치만 난무하니 유권자들이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시대에 인간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를 탓할 수는 없다. 특히, 인터넷 세대인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감성 호소는 최고의 선거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나 정당이 얄팍한 감성정치,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여 표를 달라고 호소하더라도 주인인 유권자는 이성적 판단으로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한국정치 중대전환점 인식을


  정치사상가 루소는 "유권자는 선거 당일 하루만 주인이고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머슴의 신세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6년간의 한국선거사를 보면 루소의 이와 같은 경구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각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 홍보를 보면 표현상 차이는 다소 있지만 대부분이 후보자나 정당이 머슴 또는 일꾼으로서 주인인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으나, 과연 이들의 약속을 믿어도 될지 의문이다.
 
  이제 모든 책임은 주인인 유권자에게 있다. 과연 주인인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후보자의 공약이 진실된 것인지, 또는 그런 공약을 이행할 능력을 후보자나 정당이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최종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됨됨이나 각 정당의 정책을 꼼꼼하게 비교선택, 표를 행사해야 한다. 머슴을 한번 잘못 뽑으면 결국 그 손해는 주인이 보게 마련이다.
 
  이번 총선은 한국 민주정치의 제도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는 중대한 선거다. 2002년 대선 이후 요동치는 한국 정치, 특히 그 동안 무수한 갈등과 풍파를 일으킨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나 탄핵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결국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어떤 투표 행태를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권자들은 내일 투표장에 나가 귀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한다. 아무리 내가 주인이라고 외쳐대도 머슴을 뽑는 귀중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미 주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내 한 표가 혼잡스러운 한국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주인인 국민들을 협박할 생각만 하지 말고 민의에 의한 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문화일보/04.04.14/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