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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권상우에게도 기분 나쁜 일은 생긴다

NEW 권상우에게도 기분 나쁜 일은 생긴다

  • 박성숙
  • 2008-07-16
  • 48926

얼마 전 학회 때문에 보스톤에 간 적이 있다. 5시만 해도 깜깜해지는 보스톤에서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괜히 기분이 울적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얘기를 유학생에게 슬쩍 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이곳 유학생들은 어둡고 긴 보스톤의 겨울을 피해 한국으로 많이 들어간다고 귀뜸해 주었다.
 
  이처럼 가벼운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찾아온다. 부족한 일조량 때문이건, 실연 때문이건, 사소한 말다툼 때문이건 간에 우울증이 시작되면 만사가 귀찮고 시들해지고 항상 피곤하고 몸이 개운 않다.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음식 맛도 모르면서 돼지처럼 꾸역꾸역 먹기도 한다. 그뿐인가 잠들기 힘들고 잠을 자더라고 깊이 자지 못하거나 쉽게 깨버린다. 일에 집중을 할 수 없고 잘 잊어버린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모든 잘못이 내 탓처럼 여겨진다. 때론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고 편안하게 죽을 수 없을까 하는 등 자살생각도 하게 된다.
 
  은근 슬쩍 찾아와서 괴롭히는 우울증은 과연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걸까? 많은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는 우울할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고 미래에도 나아질 희망이 없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좌절이나 실패나 실연 등의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우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우울해질 만한 일은 있다. 당장 내 경우를 들어보자.
 
  나에게는 암으로 누워계시는 아버지가 계시고, 똑같은 얘기를 5번씩 물어보는 건망증이 심한 어머니가 계시고, 엄마보다도 게임이 더 좋아하는 공부에 별 흥미 없는 아들이 있다.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저절로 우울해진다. 하지만 한번 뒤집어보자. 나에게는 식도암으로 고생하지만 치매도 걸리지 않고 아직은 살아계시는 아버지가 계시고 배우자의 오랜 병간호에도 우울해지지 않고 늘 모든 일에 궁금해하시는 어머니가 계시며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지만 건강하고 밝은 아들이 있다.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모든 일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상담소를 찾아오는 우울한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사고방식들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가장 돋보이는 것은 침소봉대이다. 공부 잘하는 대학졸업생은 세계 명문대학원에 입학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공부의 소질이 없다든지, 머리가 나쁘다든지 하면서 뻥튀기를 한다. 자녀가 영어시험을 한번 못 본 걸 가지고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느니, 머리가 유전이 되어서 가르쳐도 소용없다느니 하며 비약한다. 다음의 특징은 부정적인 것은 크게, 긍정적인 것은 작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성적 때문에 늘 자신 없어 하는 대학생의 경우 성적이 잘 나오면 운이 좋아서라고 해버리고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자기 능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다음으로 '~해야 한다'는 의무적 생각들이 많다. '나는 좀 더 능력이 있어야 해', '실수하면 안돼',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해' 등 보통 사람들이 하기도 힘든 비현실적인 생각들이 가득하다.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생각이라면, 우울하게 되지 않거나 우울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생각일 수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라는 유명한 책 제목처럼 생각을 바꾸어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자.
 
  첫째, '나에게 이런 나쁜 일이 일어나다니'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나쁜 일은 생길 수 있고 '나에게도 나쁜 일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누구나 이런 환상은 있다. 나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나쁜 일은 있다. 돈 많은 빌게이츠에게도, 권력과 명예를 가진 영국 여왕에게도, 한창 잘 나가고 있는 권상우에게도 나쁜 일은 생길 수 있다. 하물며 나라도 예외인가? 우울한 사람들은 흔히 '나에게만 왜 이런 나쁜 일이 생겼는지'와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았어야 했어'를 생각하면서 원망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리면서 지쳐간다.
 
  둘째, 한번 다르게 생각해보라. 똑같은 일이라도 엄청나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위의 나의 예를 들지 않아도 생각에 따라 죽을 맛나는 세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살 맛나는 세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삶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고 어떤 일에건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셋째,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자. 우울한 사람들은 흔히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울한 사람들은 비현실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이상을 가지고 자신을 들볶는다. 직장인으로서 인정 받아야 하고, 살림도 똑소리 나게 해야 하고, 자녀교육도 누구보다도 잘 해야 되고, 한 몸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주부는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다. 나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우선순위를 두는 것에는 열심히 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못하는 대로 받아들이며 때로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절대 다 가질 수 없고 다 잘 할 수도 없다.
 
  넷째, 햇빛을 보고 몸을 움직여라. 위에서처럼 생각을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분이 쳐지거나 울적해 질 때는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면, 활동량과 우울한 기분은 부적 상관관계가 있다. 즉 활동량을 늘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들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기분이 울적해지면, 무엇보다도 먼저 밖으로 나가거나 운동을 해보자. 우울한데 무슨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번 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 우울하다면, 이 글을 읽은 다음 잠시 하던 일을 접고 밖으로 나가 잠시 걸어보자. 아니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고 내키지 않더라고 왕수다쟁이 친구를 불러 만나보자.  
 
  마지막으로 우울증의 가장 좋은 백신은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울한 사람에게 감사하라고 말하면, "감사할게 있어야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살펴보면 감사할 것은 의의로 많다. 이런 감사하는 마음이 나를 행복하고 의욕 차게 만든다. 끝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길들이는 데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한다.

10대 자녀가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
지불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

파티를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다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고,
옷이 몸에 좀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다는 데다 차도 있다는 것이고,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고,
교회에서 뒷자리 아줌마의 엉터리 성가가 영 거슬린다면
그런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
세탁하고 다림질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면
그건 나에게 입을 옷이 많다는 것이고,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고,
이른 새벽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이메일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면
그건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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